질풍노도의 시기로 추억여행
일상이 지루하고 반복적인 것 같아서 나는 어릴 때 상상을 자주 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고 하루하루가 재미있었다
별일 아닌 것에도 웃었고 별일 아닌 것에도 화났다
지금은 정말 별일이어야 웃고 화내는 내 모습이 너무 삭막해서
원래는 중고등학생 관련된 추억소재를 다룬 영화를 찾아보다가
시동을 추천받아서 보게 되었다
최정열감독과 마블리의 만남
최정열 감독에 대해 알아봤는데 정보가 많이 없다
내 사랑 내 곁에라는 영화를 만드셨고 2019년 시동을 이후로
현재 2023년까지 작품활동이 없으시다
시동이 300만이나 달성했는데 왜 다음작품들을 안 만드시는 건지 아쉽다
캐스팅이 정말 탄탄하다
마블리라고 불리고 실제로 마블 영화 이터널스에도 출연한 마동석
동주에서 처음 봤고 다만악에서구하소서에서 연기력의 범위가 넓다 느꼈고
기적에서 팬이 되었던 박정민
국민남자 친구 정해인 믿고 보는 염정아 등 연기력이 정말 탄탄한 분들이 많이 나온다
각각의 캐릭터를 굉장히 잘 소화하면서 케미가 좋아서
보는 내내 이질감이 들지 않고 몰입도가 높아졌던 것 같다
누구 하나 독보적이지 않고 조화롭게 영화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근데 물론 마동석이 독보적이긴 하다 정말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잔상처럼 머릿속에서 사라지지가 않아서 한동안 고생했다
사춘기를 잘 표현해낸다
누구나 방황하는 질풍노도의 중2병 같은 시기 사춘기시절을 다룬 영화다
좋아하는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는 주인공은 아무 생각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생각 없이 집을 나간다 시골마을에 있는 짜장면집에서 배달일을 하게 되고
짜장면집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과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을 다룬다
메인에피소드는 주인공 두 명이 각자의 에피소드로 전개되는데
하나는 중국집배달원의 이야기이고 하나는 수금하러 다니는 업자의 이야기이다
서브에피소드도 서브주인공 두 명의 각 에피소드로 전개되는데
하나는 조직원의 과거 다른 하나는 부모와 딸에 대한 에피소드다
보통 다들 어떤 역할일지 예상이 되시겠지만
제일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건 당연히 마동석이다
주변사람들이 마동석을 좋아하는 이유를 나는 이 영화에서 찾았다
영화를 보고 느꼈던 나의 사춘기에 대해서
보통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방황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다룬 점에서 굉장히 많은 공감이 갔다
되는 일도 하나 없고 하루하루 생각 없이 지내면서 당장의 재미만을 추구하고
뭐 하나 진득하게 할 줄 모르면서 뭐가 맞는지 뭐가 틀린 지도 모른 채
본인 생각이 제일 맞고 어른들은 나를 이해 못 하는 것 같은 시기
나한테도 그런 시기가 왔었고 당연히 부모님들과 정말 크게 싸운 적도 많다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니고 웃긴데 그때는 왜 그렇게 감정적이고 날이 서 있었을까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시절들이 생각나서 웃기면서 공감이 굉장히 많이 됐다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공감하는 사람이 있고 공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영화 속 주인공의 초반부 모습처럼 정말 소중한 것들이 뭔지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적용되는 말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불안한 시기들을 이미 잘 겪어내고 본인의 뜻을 확실히 정한 뒤
젊음을 모두 갈아 넣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반대로
청춘은 청춘일 때 가장 빛난다라는 말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
이런 변화의 시기를 제대로 겪지 않고 무던하게 지내면 물론 좋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그렇고 본인의 성장과정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져서 울분을 토하며 말할 줄도 알아야 하고
본인만 이기적으로 생각해서 말과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이 얼마나 상처받는지도
직접 경험해 봐야 오히려 본인의 행동을 반성하고 서로에게 솔직해지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춘기를 지내는 사람도 곁에 있어주는 사람도 모두 힘들겠지만
똑같이 꼭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영화 제목이 시동인 것처럼 시작과 끝에 오토바이로 시동을 거는 장면이 나온다
일단 어디로든 일단 출발하라는 메시지를 나는 받았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도 배울 점이 있을 것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면 행복해질 것이다라는 느낌을 느꼈다
그리고 시작은 생각 없이 방황하며 친구와 타는 오토바이 시동을 거는 모습이고
끝은 많은 생각을 하며 엄마를 태우고 오토바이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처음과 끝만 봐도 사실 영화의 메시지가 모두 담겨있다
아무리 방황해도 끝까지 부모님은 내편이고
아무리 미워도 가장 소중한 게 가족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는데 첫 월급을 받는 장면이었다
나는 첫 월급 받을 때의 설렘이 아직도 생생한데
부모님에게 간단한 선물을 사드리고 나한테 쓰기 바빴다
영화 속 주인공은 아무리 미워도 첫 월급을 부모님한테 가져다주는 걸 보고
내가 정말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생각해 보면 한없이 퍼주기만 한 부모님한테 내가 한없이 퍼줄 생각을
단 한 번이라도 했을까 효도를 떠나서 사람이면 인지상정이라는 게 있는데
왜 이게 부모님한테는 적용시킬 생각을 못하는 걸까
부모님의 내리사랑과 절대적인 사랑이 너무 거대해서
내가 한없이 작고 초라해지기도 했다
영화 속 명대사를 딱 하나만 정해 달라고 하면
나는 고민 없이 바로 소중한 건 네가 지켜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남한테 부탁하고 기대는 습관이 들어버린 나한테
자식으로서도 부모님에 대한 책임감에 대한 생각을 좀 하라는 말로도 들렸다
정말 많이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영화가 가볍고 재미있기만 하지 않다
생각해 보면 중간중간 의미심장하게 꽂히는 말들이 꽤나 많이 있고
생각지 못한 반전이나 생각할 거리들을
부담스럽지 않고 가볍게 툭 던져준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영화라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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